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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디지털 잊힐 권리 (Right to be Forgotten)

by myjins100 2025. 3. 12.

디지털 잊힐 권리 (Right to be Forgotten): 온라인 과거로부터의 자유

1. 영원히 기록되는 디지털 시대, 잊힐 권리의 등장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온라인에 남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기록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를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실수, 부적절한 게시물, 오래된 뉴스 기사 등은 시간이 흘러도 온라인에 남아 개인의 현재와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개념이 디지털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 RTBF)입니다. 잊힐 권리는 개인이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자신과 관련된 정보의 삭제, 수정, 확산 중단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온라인 평판 관리의 자율성을 부여하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디지털 잊힐 권리 (Right to be Forgotten)

2. 잊힐 권리의 개념과 법적 근거

잊힐 권리는 유럽연합(EU)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구글 스페인 판결'을 통해 법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하 곤살레스가 자신의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과거 채무 관련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구글에 요청한 사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CJEU는 구글에 해당 기사의 검색 결과 링크를 삭제하도록 명령하며, 개인의 잊힐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이후 EU는 2018년 발효된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통해 잊힐 권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GDPR 제17조는 '삭제권(Right to erasure)'이라는 제목으로 잊힐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정보 주체는 특정 조건 하에서 자신의 개인 정보 삭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EU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잊힐 권리 관련 법률 또는 판례가 존재하며, 그 적용 범위와 내용은 국가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3. 잊힐 권리의 적용 범위와 한계

잊힐 권리는 모든 정보에 대해 무조건적인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잊힐 권리가 인정됩니다.

  •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경우: 정보가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우.
  • 정보가 더 이상 수집 목적에 필요하지 않은 경우: 정보 수집 당시의 목적이 달성되었거나, 시간이 지나 더 이상 관련성이 없는 경우.
  • 정보 주체가 동의를 철회한 경우: 정보 주체가 개인 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를 철회한 경우.
  • 정보 처리가 불법적인 경우: 정보 처리가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

하지만 잊힐 권리는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 다른 기본권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잊힐 권리 행사는 공익적 목적, 역사적 연구, 언론의 자유 등 다른 권리와의 균형을 고려하여 제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인의 범죄 기록, 공공의 안전과 관련된 정보 등은 잊힐 권리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4. 잊힐 권리 행사 방법과 과제

잊힐 권리를 행사하려면, 일반적으로 해당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웹사이트 운영자, 검색 엔진 사업자, 소셜 미디어 플랫폼 등에 정보 삭제를 요청해야 합니다. 각 사업자는 자체적인 절차를 통해 요청을 처리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잊힐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과제가 존재합니다.

  • 기술적 어려움: 온라인상에 퍼진 정보를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정보가 여러 웹사이트에 복제, 공유된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 국제적 적용의 어려움: 잊힐 권리 관련 법률은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정보를 삭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악용 가능성: 잊힐 권리가 범죄 기록 은폐, 언론 통제 등 부정한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잊힐 권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온라인 평판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 다른 기본권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